삼성전자의 초격차가 위기를 맞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위기이기 보다는 지난 몇년간 쌓인 위기가 폭발한 느낌입니다. 특히 AI 모델링에 필수인 엔비디아의 GPU에 HBM을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져 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투자를 줄이고 메모리 반도체에 올인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였습니다. 아래에서 삼성전자 HBM 돌파구 AI 반도체에 대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성적표
지난 8일 잠정 실적에 따르면 4분기 매출액 75조원, 영업이익 6조 5,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약 5.2%, 영업이익 약 29.2% 감소하였습니다. 그 중 반도체 부문인 DS 부문 매출과 이익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경쟁사인 SK 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인 8조 828억원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시장은 DS 부문의 영업이익을 3조원 내외로 보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PC 수요 감소, 모바일 메모리 수요 부진, 중국 기업의 구형(레거시) 메모리의 저가 공세, 그리고 엔비디아를 뚫지 못한 HBM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 적자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PC, 모바일 제품 수요 약세 속에서도 고사양 제품 판매로 메모리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연구 개발(R&D) 비용 증가, 선단공정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램프업 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비메모리 사업은 수요 부진에 따른 가동률 하락, R&D 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HBM의 현재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저사양 HBM을 납품하고 있으나, 실제 HBM3E와 같은 최신 HBM은 납품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HBM이 무엇인가요?
HBM은 엔비디아의 GPU 제작에 필수적인 메모리입니다.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처리 속도를 대폭 높여 병목 현상을 해결한 메모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GPU에 전달하고 AI의 연산, 학습 속도를 높여주는데 기여합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HBM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칩에서 HBM은 AI 가속기 성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HBM의 특성, 데이터 전송 속도가 엔비디아 제품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HBM 제작 업체(SK하이닉스, 마이크론)와 엔비디아간 파트너십이 중요합니다. 현재 엔비디아는 HBM3E과 같은 최신 칩에는 SK하이닉스 HBM을, 그 외 저사양 칩에는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HB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엔비디아와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2000년 대부터 그래픽 카드용 메모리 개발을 시작으로 엔비디아가 GPU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이 되었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및 기기 제조 분야에서 선두 기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HBM 개발에 뛰어든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는 HBM을 개발함으로써 HBM 시장 주도권을 잡게 되었습니다. 이때 삼성전자는 HBM가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관련 팀을 해산시키면서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특히 2년 전부터 엔비디아의 HBM3, HBM3E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최종적으로 통과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오며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5세대 1b D램을 이용하여 HBM3E를 만들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그것보다 한세대 뒤진 1a D램을 이용하여 HBM3E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이점을 지적하며 CES에서 삼성 HBM의 설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였고 이에 따라 현재 삼성은 HBM에 들어가는 D램의 설계 자체를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악재로 흔들리는 엔비디아, 삼성전자에게는 기회
다만, 아직 삼성에게 기회는 있습니다.
브로드컴의 급부상
엔비디아를 제외하고 현재 반도체 설계기업인 브로드컴이 AI 반도체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은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세계 최대 맞춤형 반도체(ASIC) 설계 기업이며 이미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의존을 낮추기 위해 브로드컴에 AI 칩 개발을 맡기고 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가 대부분 HBM 물량을 소화하고 있기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엔비디아, 단일 고객사에만 의존하는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가 브로드컴에 HBM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며, 구글, 메타 등 ASIC 칩 수요 증가가 삼성의 HBM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차기 제품인 HBM4 공정에 1c D램을 안정적으로 적용해 기술 경쟁력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또한 2023년 공정위가 브로드컴에 부과한 과징금 이슈와 2024년 삼성이 브로드컴을 상대로 반독점 행위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이슈 등 양사 간 신뢰 회복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싸지만 강력한 중국 AI 딥시크
불과 얼마 전 중국 AI 딥시크가 출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요지는 AI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이 필요하고 하나의 모델을 개발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데, 이러한 상식을 깨버렸기 때문입니다.
현재 AI 모델에 사용하는 최신 칩은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H100으로 미국의 무역 규제로 인해 중국에 수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딥시크는 비교적 구형 칩인 H800을 사용하여 현재 챗 GPT 수준의 AI 모델을 개발한 것 뿐 아니라 개발 비용 역시 메타가 사용한 비용의 10분의 1인, 한화 78억 밖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즉, 하나의 4~5만달러에 달하는 엔비디아의 비싸고 고사양인 칩이 현재 AI 개발에 필요한 것인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문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즉시 반응하여 실제 딥시크가 발표된 다음날 주가가 17% 하락하며 880조원이 날아갔습니다.
블랙웰의 발열 문제
블랙웰은 지난해 설계 결함 및 발열 문제로 출시가 연기되었고 출시된 후에도 이러한 발연 문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MS, 아마존, 구글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블랙웰 주문을 연기하거나 취소 및 이전 세대 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블랙웰 칩이 장착된 랙(rack 선반)의 첫 번째 출하분에서 과열이 발생하였는데, 이 랙은 칩, 케이블 등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필수장치이기에 장기화될 경우 엔비디아에 고성능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기회로 경쟁사와 HBM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후발주자인 삼성의 입장에서는 설계를 변경하고 자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어 추후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 돌파구, AI 반도체
현재 상황은 어둡지만 미래는 어둡지 않을 전망입니다. HBM에서는 뒤처졌지만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AI 반도체가 그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현재 삼성은 TSMC와 팹리스, 파운드리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결국에는 AI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AI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가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흔히 PIM, CXL, 뉴로모픽 디바이스 등으로 삼성이 가진 메모리 기술과 시스템반도체와 같은 비메모리 기술을 최대한 사용하여 이 부분에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해당 기술은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않았지만 시장이 형성되면 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 내 인텔이나 AMD와 같은 CPU 업체들이 CXL 기반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상 삼성전자 HBM 돌파구는 AI 반도체에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