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HBM 제작에 필수적인 TC본더의 협력사를 다변화할 예정입니다. 이에 한화세미텍, ASMPT 등의 업계와 협력을 맺었고 이에 기존 협력사였던 한미반도체와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상부상조하던 두 반도체 기업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 아래에서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격화되는 갈등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SK하이닉스의 초강수
발단은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TC본더 계약을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랜 협력 관계의 한미가 아닌 경쟁사, 더군다나 한미반도체와 특허 분쟁 중인 기업의 장비를 구입하면서 갈등이 커졌고 이에 한미는 관련 CS 인원을 SK에서 철수시키는 강공을 펼쳤습니다.
이에 SK는 사용중인 한미반도체 장비 전체에 대한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TC본더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로 현재 두 기업을 TC본더를 포함 10여가지의 장비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장비 전체를 바꾼다고 하면 한미는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한미반도체는 HBM 호황으로 지난 3년간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였습니다.
- 2022년 매출 3,276억 원 영업이익 1,119억 원
- 2023년 매출 1,590억 원 영업이익 346억 원
- 2024년 매출 5,589억 원 영업이익 2,554억 원
업계에서는 한미반도체 CS 인력 철수에 SK가 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이에 따라 TC본더 뿐 아니라 전체 장비에 대한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8년간 끈끈한 동맹 관계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지금의 강대강 양상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장비 품질, CS 불량, 수율 저하, 기술력 미달 등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한 번에 터지며 협력사를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올해 청주 공장의 HBM 생산라인에 한미반도체의 TC본더가 한 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갈등이 점점 깊어지며 한미가 HBM 후발주자인 마이크론과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SK가 한화세미텍의 장비 도입을 결정한 만큼 추후에는 마이크론 역시 한화세미텍의 장비를 도입할 수 있어 한미반도체의 제품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난 한미반도체
한미반도체는 2017년부터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독점 공급해 왔고 2024년 사상 최대 매출(5,589억 원)과 45.6%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였습니다. SK도 TC본더 기술을 활용해 HBM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였습니다.
하지만 SK가 지난해부터 싱가포르 장비사 ASMPT(네덜란드 장비사 ASM의 자회사)에 장비를 주문하고 최근 한화세미텍 TC본더 12대를 420억 원에 구매하면서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특히 한미는 SK하이닉스가 자사 장비보다 20% 비싼 가격에 한화세미텍 장비를 구매한 것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에 8년 동안 동결한 장비 가격을 인상하고, CS 엔지니어 수십 명을 회사로 불러들이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한화세미텍의 장비가 생산성이 높았기에 더 비싼 가격에 구입을 한 것이지 절대 어떠한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HBM 기술 전환
현재 한미가 공급 중인 12단 TC본더는 12개의 D램을 열과 압력으로 적층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16단, 20단부터는 기존 장비로 수율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이 하이브리드 본딩입니다. 기존 TC본더는 웨이퍼와 칩을 열을 이용하여 압착하는 방식이었다면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 사이를 직접 접합시키는 기술입니다. 그렇게 칩의 두께가 얇아져 고단 적층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칩 간 거리가 줄어들고 신호 손실도 최소화할 수 있어 HBM 수율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ASMPT가 앞서고 있으며 한미 역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나선 상태이지만 양산 경험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