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현재 가장 아픈 손가락은 HBM이고 다음으로 아픈 손가락은 파운드리 사업입니다. HBM은 최근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면서 한숨 놓았지만, 향후 수백조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던 파운드리 사업은 사업의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대만 TSMC의 벽에 막혀 지난 몇 년간 수십조원의 적자를 본 것이 원인입니다. 아래에서 얄미운 파운드리 최강자 TSMC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TSMC 순이익 역대 최대
TSMC가 지난 16일에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지난 4분기 매출은 8,684억 6,000만 대만 달러(38조 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입니다. 매출뿐 아니라 순이익은 3,746억 8,000만 대만 달러(16조원)로 2023년 4분기 2,387억 1,200만 대만 달러보다 57% 증가하였습니다. 매출 총이익률은 59%, 영업이익률은 49%, 순이익률은 43.1%에 달합니다.
TSMC가 호실적을 낸 이유는 당연히 빅테크 기업들의 엔비디아 GPU 수요가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공정별 매출을 보면 7나노 이하 공정이 67%에 달하는데 그중 3나노는 26%로 작년 대비 11% 확대되었고 5나노는 35%에서 34%로 1% 감소하였습니다.
TSMC의 호실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1분기 매출은 약 250억~258억 달러로 제시하였는데 2024년 1분기 매출 268억 8,400만달러에는 다소 밑돌 것으로 보이나 증권가 추정치 244억 달러보다는 웃도는 수치입니다. 총 이익률은 57~59% 수준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일반적인 제조업 이익이 5% 내외만 되도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는데 57%는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입니다.
첨단 패키징 공장 증설
2024년 연간 297억 6,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2025년에는 380억~42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입니다. 특히 설비 투자의 상당수는 첨단 패키징 공장 증설에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3월 대만 남부과학단지 약 25헥타르에 약 8조 8,000억원(2천억 대만 달러)을 투자해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 생산 시설을 확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2개의 CoWoS 공장과 1개의 사무동을 2025년 4월에 완공할 예정입니다.
CoWos는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HBM을 하나의 기판 위에 쌓아 공간을 절약하고 처리 능력을 높이며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패키징 공정입니다. 현재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이 패키징이 필수이며, 주요 고객의 고속컴퓨팅(HPC) 관련 주문이 생산량을 초과함에 따라 CoWoS 공장 증설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와 TSMC 그리고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을 상용화 및 양산하여 추격할 계획입니다. 다만 대만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투자를 2024년 10조에서 2025년 5조원으로 대폭 축소하여 경쟁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투자 감소는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수주의 어려움, 낮은 반도체 수율 및 새로운 공정 기술 개발 지연 때문으로 밝혔습니다.
TSMC가 2024년에 파운드리 설비 투자에 들인 금액은 298억 달러(약 42조 8,000억원)로 삼성전자의 4배로 추정되며 2025년에는 격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미국과 일본에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한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수주 부진으로 미국 텍사스 반도체 공장 가동 일정을 늦췄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시점은 언제가 될 지 정확히 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HBM4의 성공 여부와 2나노를 비롯한 차세대 공정 반도체 양산 가능 시점 및 고객사 수주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보다는 TSMC의 전략이 더욱 삼성전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이지만 AI 대중화에 앞서 패키징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역할 분담을 해 지배력을 더욱 높여 삼성전자가 받을 수 있는 물량마저 차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TSMC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부터 HBM을 연결하는 패키징까지 모두 할 수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D램으로 HBM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GPU와 HBM을 연결하는 패키징 작업을 SK하이닉스와 나누려 하고 있습니다.
승자독식 구조로 TSMC가 모든 것을 하면 되겠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산업은 100% 독식 구조는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숨겨진 전략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삼성전자의 현재 최대 라이벌인 SK하이닉스를 우군으로 만들어 경쟁사, 삼성전자로 갈 물량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패키징은 파운드리 공정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수익성 높은 것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TSMC는 AI 반도체에서 HBM은 계속 필요하기에 SK하이닉스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도 가능하고 패키징을 나누면 삼성전자를 견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패키징 처리 능력이 넉넉하지 않다면 파운드리 자체도 위협이 될 수 있기에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계속 2나노와 같은 첨단 공정에 도전하고 있기에 언제 어떻게 점유율의 격차가 좁혀질지 알 수 없습니다.
이상 얄미운 파운드리의 최강자 TSMC에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삼성전자가 기술력의 초격차를 회복하여 파운드리 뿐 아니라 AI 반도체까지 성공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물론 SK하이닉스도 성공하여 반도체 강국의 면모를 다시 되찾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