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캐즘과 트럼프로 이중고 겪다

배터리 산업은 우리나라의 핵심 성장 산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캐즘(Chasm, 일시적 수용 정체)으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큰 고통이 지속되고 있으며 여기에 점점 중국 기업들에게 점유율을 뺏기는 힘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의 친환경 폐지 정책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이중고의 상황입니다. 아래에서 배터리 캐증과 트럼프로 이중고 겪다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중국 배터리 성장과 K배터리 점유율 하락

지난 11일 에너지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용량은 894.4GWh로 2023년 대비 27.2% 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시장점유율이 23.1%에서 18.4%로 하락하였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사용량 기준으로 95.1GWh에서 96.3GWh로 1.3% 늘었지만 점유율 측면에서는 13.5%에서 10.8%로 감소하였습니다. SK온 역시 사용량 기준으로 34.7GWh에서 39GWh로 12.4% 증가했지만 점유율에서 4.9%에서 4.4%로 감소하였습니다. 반면 삼성SDI의 경우 사용량도 33.1GWh에서 29.6GWh로 감소하였고 점유율 또한 4.7%에서 3.3%로 하락하는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는 리비안, 아우디 등 유럽이나 북미 시장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가 감소한 원인으로 파악됩니다.

국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2020~21년 30%대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10위권 안에 이름 올린 기업이 6곳으로 63.4%에서 67.1%로 상승하면서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채택하고 개발했던 비싸고 품질이 좋은 삼원계 배터리가 아닌 삼원계보다 품질은 낮지만 생산단가 낮은 인산철 기반의 LFP를 완성차 업체에서 선호했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중국의 CATL, BYD, CALB의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글로벌 1위 기업인 CATL은 사용량이 257.7GWh에서 339.3GWh로 31.7%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전세계 점유율도 36.6%에서 37.9%로 올랐습니다. 이는 규모가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시장을 꽉 잡고 있을 뿐 아니라 주요 완성차 업체 BMW, 벤츠, 테슬라, 폭스바겐에서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BYD는 37.5% 성장한 153.7GWh로 세계 시장 점유율 17.2%로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BYD는 자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기에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계속 높아질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도 전기차를 출시하였고 아시아, 유럽 시장 등으로 진출하고 있어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 외 기존 글로벌 6위 기업이었던 중국 CALB는 16.6% 증가한 39.4GWh를 기록하며 SK온과 파나소닉을 제치고 4위로 점프하였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강력한 내수 시장에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특히 미국과 유럽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었으나 현재 경제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면서 기존의 점유율을 최대한 방어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수입차 관세와 K배터리

트럼프가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해서 고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오는 4월 2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국내 자동차 기업 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미칠 영향이 클 것이기에 파장이 예상됩니다.

우선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발표되면 전기차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차량 가격이 상승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전기차에 대한 위험과 유지 비용 등의 부정적 인식은 전기차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고 이는 곧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됩니다. 다만, 현재 예고된 관세 정책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기에 완성차 업체의 주요 생산 거점이 어디냐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희비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고 생산 거점을 확대한 국내 배터리 3사도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알 수 없기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으며, 특히 관세로 인해 캐즘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으로 인해 또 다른 위기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보유한 업체의 가치가 커질 것이고 이에 따라 업계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 LG에너지솔루션은 GM, 테슬라, 포드와 합작하여 공장을 건설하는 등 북미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만, LG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포드의 머스탱, GM의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가 멕시코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LG 관계자는 관세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맞지만 북미에 공장을 가장 많이 짓기에 장기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 SK온은 고객사의 주력 모델들이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3사 중에서 관세로 인한 피해가 가장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SK 배터리가 탑재되는 포드의 F-150 라이트닝은 미시간주에서, 현대차그룹의 아이오닉 9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드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될 예정입니다.
  • 삼성SDI는 현재 미국 내 공장은 없지만 리비안, 스텔란티스, BMW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삼성 배터리가 사용되는 리비안 R1T는 일리노이주, 지프 랭글러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오하이오주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GM과 미국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했고 4조 7,000억 원을 투자해 하이니켈 배터리를 연간 27GWh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2027년까지 짓기로 하였습니다.

이상 배터리 캐즘트럼프로 이중고를 겪다에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